"무릎 통증 잡아보려고 안해본 일이 없다니까요?"
이**님은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분당 지역에 위치한 유명한 병원부터 의사, 물리치료사, 도수치료사는 물론 한의원, 마사지, 근막이완 시도해보지 않은 것이 없다고 하였다.
ⅰ 증상
어깨 소리 및 통증부터 시작해서 허리 통증, 대퇴전면부의 경직, 중둔근 약화, 무릎불안정성 등등 걷기나 계단오르기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호소하였다.
ⅱ 평가
자세평가를 시작했다. 전형적인 Lordosis였는데, 골반의 심각한 전방경사와 함께 거북목을 같이 가지고 있었다. Lordosis하면 흔히 요추전만 및 골반의 전방경사, 그로 인한 허리 경직 및 복근의 과신장을 예상하지만 아쉽게도 복근의 길이는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골반의 전방경사로 치골(복근의 정지부)이 멀어진만큼 흉곽이 아래로 떨어져 따라가기 때문에 복근의 총 길이는 크게 변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하복부를 기준으로두고 상복부를 당겨쓰는 습관이 익숙해지면 온 몸의 톱니바퀴가 전방으로 굴러가면서 거북목은 물론 신체 여기저기 크고 작은 부작용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이미 자세평가에서 너무 큰 힌트를 얻어서 추가 테스트는 필요하지 않았는데, 다만 고관절 굴곡 테스트에서 고관절 찡김과 tipping이 발생했다. 1차적인 원인은 장요근에 의한 고관절 굴곡이 안되는 것이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역시 골반의 과도한 전방경사였다.
고관절 대전자에 손을 대고 고관절을 굴곡해보니 대전자가 전/상방향으로 움직였다. 본래 정상적인 고관절 회전축을 가졌다면 대퇴골 대전자는 고관절 굴곡이 일어나더라도 제자리에 유지되거나 도리어 아래or하방으로 당겨져야한다.
여하튼 어깨 소리부터 허리 통증, 무릎 통증 등등 그냥 모든 문제가 골반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이야기해도 무방했다.
ⅲ 처치
바닥에서부터 골반의 후방경사를 연마했다. 골반의 후방경사의 인지가 이렇게 안되는 고객은 몇 년만에 처음보는 듯 했다. 당황하지 않고 우선 하복부를 활성화시켰다. 리버스 크런치 자세에서 정지하며 하복부를 일부러 피로하게 만들었고 그 다음은 바닥에서 draw-in을 시켰다. 물론 draw-in도 100점짜리를 기대해선 안되고 단지 허리 뒤에 손을 집어넣고 손을 부실듯이 누르라는, 가장 단순한 큐잉을 주었다.
그제서야 골반이 약간 후방경사되기 시작했다. 이제 꼬리뼈(미골)와 골반뼈(전상장골극) 이 두 가지를 축으로하여 골반의 전위를 바꾸는 연습을 했다. 처음에는 상당히 고전하였으나 한번 느낌을 찾고 나서는 골반의 후방경사를 '드디어' 실시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큰 산은 넘었다.
현재 이 고객은 경추/흉추/요추(골반)의 톱니바퀴가 전부 전방을 향해 반바퀴 정도 굴러간 상태, 때문에 벽에 기대어 다시 톱니바퀴를 뒤로 당기는 연습을 했다.
벽이나 바닥에 기대었을 때는 본래 견봉이 벽/바닥에 닿아야 하는데 닿을리 만무했다. 그래서 견봉을 벽에 붙일 것인데 이때 등을 쪼아서, 승모근/능형근을 수축시켜 = 견갑골을 후인시켜 닿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갈비우리를 번쩍 들면 별 다른 힘을 들이지 않고 어깨를 붙일 수 있게 된다. 이와 동시에, 사슬반응에 의해 날개뼈는 자연스럽게 후인/하강된다. 그 결과로 상부승모근을 만져보면 '말랑 말랑'해져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다만 이렇게 흉곽을 번-쩍 들어올리면 명치까지는 이상적인 정렬을 유지하지만 그 아래는 엄청나게 심한 요추 전만을 만들게 된다. 자 이제, 연습했던 골반의 후방경사를 사용할 차례이다. 미골은 아래로 당기고, 전상장골극은 위로 당겨 골반을 후방경사시켰다. 처음에는 30점, 그 다음에는 60점, 그 다음에는 90점까지 완벽한 골반의 후방경사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러자 복부에는 복압이 생기면서 올챙이배(복압 약화로 인해 장기가 튀어나옴)가 사라졌고 경직으로 몸살이었던 대퇴부도 스트레치되는 기분 좋은 느낌이 나기 시작했다.
바닥에 누워서 → 벽에 기대서 → 바닥에 엎드려서 (플랭크)까지가 완전한 단계이나 아직 골반을 완전히 자유자재로 컨트롤할 수는 없어서 플랭크까지는 무리였다.
원 포인트 레슨이었지만 이**님은 매우 만족해했다. 나는 가장 쉬운 단계의 숙제를 주고 2주간 실시하라고 말했다. 그것만으로도 일상생활은 충분히 가능해질 것이며, 이후 단계를 올려 신체 능력 향상을 원한다면 다회권을 구매하라고 말씀드렸다.
가끔은 내가 원포인트, 그 50분 레슨안에 너무 많은 걸 '잘' 넣어서 이러다 굶어죽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스갯소리도 한다.
ⅳ 논의
이**님은 처음 구두상담 때부터 대퇴직근을 이완시켜야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엄청나게 크고 두꺼운 taut band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50분 동안 단 한번도 그의 몸을 마사지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님이 가진 경직들은 과사용에 의한 TrP보다는 신체 톱니바퀴가 균형을 잃어 관절을 보호하고자 만든 '보호성 근긴장'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이 경우 강제로 그 트리거포인트를 풀어내면 잠시는 시원할지 몰라도 그 다음날 도리어 더 크고 딱딱한 taut band를 마주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근본적인 '신체 불안정성'을 해결하지 않았기 때문에 근육들은 다시 관절을 보호하기 위해 더욱더 단단하게 굳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골반의 과도한 전방경사 = 과도하게 늘어난 햄스트링과 둔근, 하복부가 요추 기립근이나 대퇴직근 등에 부담을 주는 한편, 골반이 과도하게 전방경사되어 대퇴골은 내회전이 유도되고, 이로 인해 걷기/달리기/계단오르기 시에 장요근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은 다시 근막장근과 대퇴직근을 과사용하게 되고, 그들은 다시 골반을 전방경사지게 만드는 악순환의 반복인 것으로 보인다.
약 30분간 골반 후방경사를 가지고 열심히 씨름한 것 밖에 없지만 그것만으로도 이**님은 몸 전체가 상당히 편안해짐을 느꼈다고 했다. 아마 내드린 숙제를 충분히, 성실히 수행한다면 1-2주안에 놀라운 변화를 겪게될 것이다.
이**님은 수소문 끝에 S 병원, 용하다는 의사 선생님을 찾아갔지만 '어쩔 수 없죠. 그렇게 살아야죠. 뭐" 라는 레전드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참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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