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2021년) 9월 이사를 왔다. 이사를 오면서 동시에 가장 먼저 수영장을 물색했다. 예전부터 #수영을 꼭 배워보고 싶었는데, 수영장이라는 게 집근처에 있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축복이라는 것을 이번에야 느꼈다.
내가 물속에서 얼마나 뻣뻣한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개인 레슨을 등록하였다. 첫 4주는 절망의 시간이었다. 승모근은 자꾸 굳고 몸의 협응은 떨어졌다. 숨을 쉬기 위해 (생존을 위해;) 솟구치듯 떠올라 숨 쉬기를 반복했다. 25M가 250M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정말이지 첫 한 달은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내가 어떤 노력을 하면 거기에 상응하는 피드백이 돌아오면서 효능감을 느끼고, 그것을 발판 삼아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선순환이 일어나야 하는데, 아무리 연습하고 시간을 투자하고 헤엄쳐도 늘지를 않으니 점점 동기부여를 잃어갔다.
동기부여가 바닥났지만 알람이 울리면 무작정 수영장으로 발을 옮겼다.
"안되면.. 될 때 까지 해보자..!"
그렇게 수영 강사님 얼굴에 주름이 늘어갈 무렵.. 어느 순간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한번 깨달음을 얻게 되자 그동안 감을 잡을 수 없었던 퍼즐들이 하나씩 맞춰지며 수영에 대한 이해, 동작에 대한 이해가 생겼다.
강사님 피셜 일반인에 비해 자유형 → 평영 넘어가는 시간이 1.5배 정도 걸렸다고 한다.. 수영은 힘을 뺐다 줬다 완급조절이 생명인데, 도저히 어깨 힘이 안 빠졌다. 그게 한 5-6주 차 되니까 슬슬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키판을 랫 푸시 다운하듯 엄청 눌러댔다..)
원리를 한번 깨우치고 나니 평영은 금방이였다. 몇 주도 아니고 이틀 정도를 평영에 투자하여 어느 정도 모양새를 갖출 수 있게 되었다. 수영 선생님께서도 자유형에서 까먹은 시간을 평영에서 다 벌었다고 기뻐하셨다.
평영을 가다듬는 한편 접영 또한 천천히 진도를 나갔고, 현재(2022. 01. 27)는 어색하지만 그래도 모든 영법을 소화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힘의 장전과 출력이 너무 빠른 시간 내에 일어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힘쓸 준비 자체는 우리가 인지하기가 어렵다. 때문에 좀 더 현실적으로 이야기하면 달리기는 내회전 중심의 운동, 수영은 외회전 중심의 운동이 된다.
달리기는 바닥과 공기를 뒤로 차고, 그 반작용을 이용해 앞으로 나아가는 인체의 원초적인 움직임이다. 어깨에서는 상완골의 신전과 내회전, 날개뼈의 전방 경사가 일어난다. 고관절에서는 (뒤로 신전된 발 쪽) 골반이 전방 경사되며 대퇴골은 신전된다.
물론 손/발을 앞으로 가져올 때 다시 외회전이 일어나지만 그 찰나의 순간을 인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에 우리는 내회전을 이용하여, 계속 뒤로 차는 것에 집중하며 달리기를 수행하게 된다. (달리기를 잘 하고 싶다면 반대로 굴곡 동작만 따로 연습을 해주면 좋다.)
수영은 그 반대이다. 우리가 물에 엎드려서 만약 달리기처럼 우리 몸 뒤로 추진력을 발생시키면 어떻게 될까? 물을 내 뒤로 밀어내면 당연히 내 몸은 가라앉을 것이다. 때문에 수영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익숙한 방법(우리 몸 뒤로 차는)으로 힘을 쓸 수밖에 없고, 이는 몸을 계속 가라앉히게 된다.
자유형 킥이나 돌핀킥을 찰 때 달리기처럼 신전하는 힘을 쓰면, 발은 우리 몸의 뒤(하늘 방향 ↑)로 차지면서 몸은 물 속으로 곤두박질치게 된다. 때문에 수영을 할 때는 달리기의 리커버리처럼 고관절을 굴곡하면서, 즉 물을 아래로 누르면서 킥을 차야한다. 그래야 그 반작용으로 내 몸이 계속 둥둥 떠 있을 수 있다.
어깨 관절의 경우, 처음에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본능적으로 물을 아래로 누르거나 어깨를 뒤로 신전시키며 헤엄치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우리가 바닥을 짚고 일어나듯, 물을 짚고 일어나는 형태가 되어 상체와 머리가 번쩍 들린다. 상체와 머리가 번쩍 들리면 반대편에 위치한 다리는 지렛대 원리에 의해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그럼 몸이 가라앉아 다음 호흡 때는 거의 수면 위로 점프를 해야 한다. 이 악순환의 반복이 수영 입문자들의 실수이다.
실제 중요한 것은 ①고관절이 굴곡되며 물을 아래로 누르는 힘과 ②앞쪽으로 어깨 관절이 굴곡되며 미끄러지는 힘이다. 고관절이 물을 아래로 누르는 힘도, 어깨와 손이 앞으로 미끄러지는 힘도 전부 외회전을 동반한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몸통이 회전되면서 반대 팔은 물을 뒤로 차내게 된다.
이따금씩 의사 선생님들이 디스크 환자나 어깨 환자에게 재활 운동으로 수영을 권하는 경우가 있다. 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수영에서 기본적으로 물에 떠있기 위해서는 체간 굴곡을 통해 물을 아래로 계속 눌러야한다. 이는 곧 플랭크 or 할로우 포즈를 하면서 코어 근육을 긴장시키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때문에 수영을 하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몸통 근육들을 쓰게 되며 결과적으로 요통을 감소시킬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하면 도리어 허리가 더 아프겠지만..)
어깨의 경우에도 미끄러지는 팔에서는 날개뼈의 상방회전이 일어난다. 대부분의 어깨 환자들이 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 상완골이 충분히 외회전 되지 않거나, 날개뼈가 충분히 상방 회전되지 않는다. 수영은 기본적으로 외회전 토크를 이용하기 때문에 물에서 미끄러지는 과정에서 상완골은 충분히 외회전 되고 전거근에 의한 날개뼈 하각의 적절한 전인+상방 회전도 유도한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이따금씩 병원에서는 수영을 재활 운동으로써 추천하기도 한다.
다만 수영을 이상적으로 실시했을 때는 요통이나 어깨 통증을 감소시킬 수 있지만, 만약 미숙한 기술로 인해 힘을 반대로 쓴다면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장점들 만큼이나마 더 위협적으로 내 허리와 어깨를 공격할 수 있다. 고관절을 굴곡하면서 물을 아래로 눌러야 하는데, 만약 물을 뒤로 밀면서 신전시킨다면? 골반이 전방 경사지며 요추 전만을 더 과도하게 유도할 것이다. 어깨 또한 익숙한 내회전을 사용하려고 들면 견봉 아래 공간이 더더욱 좁아지며 반복적인 어깨 찝힘을 유도할 것이다.
올해 목표는 여름이 다가오기전에 #라이프가드 자격증을 따는 것이다. 그 자격증 자체가 목표라기보다는, 그 자격증 수료까지의 훈련 기간 동안 수영에 대한 이해와 기술이 좀 더 늘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꾸준히 수영 기술을 가다듬고, 수영 체력을 기름으로써 필드뿐만 아니라 물에서도 자유로운 「근육 연구소」가 될 것이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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