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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 연구소/근육 연구소 지식in

병원에서 해줄 수 있는 일 vs 해줄 수 없는 일

by 「근육 연구소」 2022.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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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지식 in을 돌다 보면 앵무새가 된 기분입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어깨 충돌 증후군을 호소하고, 이두건염에 시달리며 디스크의 근본적인 원인도 모른 채 무지막지한 주사치료, 외과 치료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러한 처치로 증상이 호전되면 모를까 4개월째, 6개월째 통증의 차도가 없이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오늘은 병원에서 해줄 수 있는 일과 해줄 수 없는 일, 그리고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① 병원에서 해줄 수 있는 일

▶ 진찰/진료/진단

▶ 탈구된 관절을 복구하는 일

▶ 방사선 검사

▶ 약물의 처방, 약물/주사치료

▶ 필요한 경우 외과적 수술 / 입원 치료, 회복

▶ 물리치료

병원에서 해줄 수 있는 일은 근본적 손상 원인에 대한 분석이 아니라 당장 환자가 겪는 불편감(통증/염증 등)을 감소시켜 일상생활로의 빠른 복귀를 돕는 것입니다.

그럼 왜 병원에서는 근본적인 손상 원인을 해결하지 않는 것일까요?

첫째로, 수지 타산이 맞지 않습니다. 쉽게 말해 돈이 안됩니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는 철저하게 소비자 권리에 맞추어져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인 우리에게는 너무나 다행인 점이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이 타박상/찰과상을 입고 병원에 방문해 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으나 x-ray 촬영비를 포함해도 진료비가 1만 원 안팎, 매우 저렴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의료 분야를 사유재가 아닌 공공재로 보기 때문에 일방적인 의료인들의 희생을 강요합니다. 물론 '의료'라는 것이 우리 인생, 그리고 삶에 막대한 영향일 끼치기 때문에 사유재냐 공공재냐 함부로 다루기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라는 것, 충분히 공감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중도를 잘 잡는 것이겠지요. 소비자 편의를 위해 진료 수가를 매우 낮게 측정했기 때문에 병원 입장에서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쏟을 수 있는 시간과 노력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결국 진료의 질적 증가보다는 양적 증가를 통해 수익 실현을 해야 한다는 말이지요. 그래서 어깨, 허리, 무릎 등이 아프면 대충 진통/소염제 처방을 받거나 일부 병원에서는 보험처리가 안되는 처치들을 추천하여 수익실현을 하기도 합니다.

결국 병원은 병원대로 신뢰를 잃어가고, 환자는 환자대로 적절한 조치를 못 받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악명 높은 미국의 의료 민영화는 경계해야 하지만 반대로 무작정 낮은 의료수가, 한도 끝도 없는 건강보험 보장범위 만을 바라는 것도 욕심일 것입니다. (표팔이를 위한 정치인들의 아웅일 뿐 결국 건강보험료 증가라는 화살로 우리에게 돌아옵니다.)

2022년, 증가된 건강보험료

 

두 번째로 '연부 조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의과대에서 작정하고 연부 조직을 개인 공부하지 않는 이상 그 외에도 공부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아서 (신체 내외, 각종 질병, 손상, 처치, 수술 등등 한도 끝도 없음) 우리 몸 움직임에 대한 이해까지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게다가 의학의 궁극적인 목표로 '삶의 질 향상'보다는 '생명을 구하는 것'에 더 의의가 있습니다. 즉 생명이 오락가락 하는 상황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단순하고 일시적인 부상에는 적절한 처치가 이루어지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② 병원에서 해줄 수 없는 일

▶ 체형 평가, 움직임 테스트 등을 이용한 근본적인 손상 원인 분석

▶ 환자 개개인에 맞는 재활 운동 처방

위에서 이야기 나누었듯 다양한 이유들로 인해 병원에서는 환자 개개인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가 어렵고, 결국 표면적인 처치가 난무하게 됩니다.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요즈음엔 젊은 사람들도 한의원을 많이 찾는다고 합니다. 그 이유가 일단 한의사 선생님께서 본인의 증상 호소를 잘 들어주고 이해해 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결국 '의료 서비스'도 서비스 업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지요. 우리들 대부분이 병원 진찰을 받으면서 기분 나빴던 경험이 있었을 것입니다. 내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의사, 걱정을 한 아름 안고 왔는데 1-2분 만에 끝나는 구두 진료.. 다시 한번 말하지만 해당 의사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하루에 엄청나게 많은 환자를 봐야 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으면 수익을 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쏟을 수 있는 시간/에너지가 한정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병원에서 해주지 못하는 부분들을 누군가는 해주어야 하는데, 외국에서는 그것이 '물리치료사'의 일이 됩니다.

http://www.koreascience.kr/article/JAKO201030159710533.pdf 오래된 자료입니다만 2010년 기준, 세계 물리치료연맹에 가입된 84개국 중(2022년 기준으로는 125개국 가입) 물리치료사의 독자적인 진료를 합법화한 국가는 30개국입니다.

 

아시다시피 한국은 물리치료사의 독자적인 진료는 불가능합니다. 때문에 이미 많은 물리치료사와 협회 측에서는 단독 개원이 가능할 수 있도록 법안 발의를 밀어붙이고는 있는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정말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우리나라 물리치료의 수준이 매우 낮기 때문입니다. 졸업 후 개원이 가능한 의과대의 경우 예과 2년 + 본과 4년으로 총 6년간 학업을 수행함으로써, 단순 시간 계산만 보아도 물리치료학의 2배 이상입니다. 거기에 전문의가 되려면 인턴 및 레지던트로 추가 5년의 임상 경험 및 공부가 필요하지요. 반면 한국에 있는 물리치료학과들의 학업량과 학업 수준은 단독 개원이 가능한 국가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턱없이 부족한 레벨입니다. (미국의 경우 최소 석사 졸업, 호주의 경우 IELTS 7.0 이상, 의예과 수준의 수업으로 입학 뿐만 아니라 졸업 자체도 어려움) 국내의 경우 전국 42개 대학에서 (http://www.kpta.co.kr/center/kpta/school?pageNo=5&university_classification=1

 

전문 학사만 졸업해도 국가시험 자격증 시험을 볼 수 있으며, 국가자격증을 취득만 한다면 바로 물리치료사로서 근무를 할 수가 있어요.

물론 물리치료사 선생님들 중에도 '억'소리 나게 실력이 뛰어난 분들도 계실 테고 의사 선생님들 중에도 정말 '의사 자격증'만 가진 무능한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극단적 케이스를 차치하면 수준 차이나 너무 크게 나기 때문에 물리치료사의 단독 개원 주장에도 힘이 실리지 않는 실정입니다.

③ 결국 피해는 소비자의 몫

결국 의료 서비스를 소비하는 환자(소비자)는 본인에게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위해 본인이 직접 손품/발품을 팔아 여러 전문가를 찾아다녀야 하지요.. 물론 그 덕에 저 같은 사람도 밥 벌어먹고 살 수 있는 것이지만 그전에, 의료 서비스는 분명 개혁이 필요해 보입니다.

의사끼리 뭉쳐서도, 물리치료사끼리 뭉쳐서도, 소비자끼리 뭉쳐서도 답은 쉽게 나오지 않습니다. 저도 정말 매스컴 꼴 보기 싫지만 어쩌겠나요? 각자의 이해타산이 수렴하는 집합점을 우리는 정치라고 하지요.. 서로의 입장 차이를 고려해 최선의 선택과 제도를 만드는 것이 정치이지만 그들이 본업에 관심에 없으니 모두가 힘들어지는 상황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병원의 궁극적인 목표는 '생명을 살리는 일'이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작다면 작은 부상들에 대한 처치가 완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병원에서 해줄 수 있는 일과 해줄 수 없는 일, 한계를 직시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뛰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와 동시에 물리치료학/피트니스 전문가들은 본인들의 실력을 향상시켜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겠지요.

모두가 행복할 수는 없겠지만.. 그 누구도 불행하지 않은 날이 올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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