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근육 연구소 개인 일지/도서 리뷰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 도서 리뷰

by 「근육 연구소」 2021. 6. 16.
반응형

 

이미지 출처 : https://youtu.be/nGsyghOGKAo

 2021년 전반기, 내가 읽은 책 중에서 최고의 책이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책이란 우선 술술 읽혀야 한다. 일전에 '다산 정약용'에 대한 전기글을 읽어본 적이 있는데 너무 어렵고 지루하게 쓰여있어서 끙끙대며 읽었던 기억이 있다. 아무리 좋은 내용을 다루어도 글의 전달력이나 호소력이 약하면 읽는 것이 고역or노동이 되어버린다. 이는 책과 마주하는 시간이 점차 적어져 결과적으로 스스로에게 매우 큰 손해가 된다.

 다시 돌아와서,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 은 방대한 내용과 함께 날카로운 통찰력을 가졌으면서도 그것들을 결코 어렵게 풀어내지 않는다. 갖은 전문 용어나 고차원적 설명은 많은 것들을 함축하고 있기에 글을 쓰는 작가는 편하지만 독자는 불편하다. 반대로 쉬운 단어들과 표현으로 일일이 풀어쓰는 일은 작가에게 고역이다. 그러나 독자에게는 읽기 편한 글이 된다. 이 책은 어떻게 좀 더 쉽고 재미있게, 편하게 풀어낼 수 있을까 작가가 고민한 흔적이 글 중간중간에 엿보였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은 플랫폼을 가진 사람(기업)이 자본을 독식하는 독특한 상태에 놓여 있다. 전에는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에 거래가 이루어지며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수요와 시장가격이 형성되었다. 그래서 서비스 혹은 재화를 얻기 위해서는 노동이나 지출이 꼭 필요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에 '플랫폼 기업'이 존재하며 이로 인해 소비자는 '공짜 점심'을 얻게 되었다. ex) 카카오톡, 유튜브, 네이버 검색 등의 서비스들을 무료로 이용한다.

 어떻게 보면 소비자에게 매우 유리한 조건이기에 이것에 반기를 들 사람은 없다. 하지만 문제는 '공짜 점심'을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들은 우리가 해당 서비스에 편리함을 느끼는 만큼 서서히 시장을 독점하게 된다. 공급자와 소비자가 연결되었던 과거 전통 방식의 시장은 수요와 공급,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가격이 형성되었지만 플랫폼에서는 공급자와 소비자의 의사가 가격에 반영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독점의 정도가 심할수록 해당 서비스의 가격은 더욱 비싸진다. (공급자/소비자 모두 다른 선택권이 없기 때문에)

 카카오톡의 경우도 마찬가지이고, 네이버 검색을 하거나 유튜브를 시청할 때 우리는 해당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해당 플랫폼 기업에 개인 정보와 검색 쿠키를 넘겨주고, 그들의 광고를 시청하고, 해당 플랫폼 내에서 데이터 노동을 한다. (인스타/블로그/유튜브 등 플랫폼 내 콘텐츠 업로드)

 앞으로 해당 기업들의 독점력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데이터 노동의 강도도 높아질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ex 카카오톡의 전면 광고는 더 커질 것이며 네이버나 유튜브의 광고 패널, 시청 시간 등도 훨씬 늘어날 것이다.)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 책에서는

- 네트워크가 낳은 새로운 권력, 플랫폼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 지속적으로 벌어지는 불평등과 빈부격차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 시장의 역할이 사라지면 금융의 기능은 누가 수행할 것인가?

 와 같은 멀지 않은 미래에 봉착할 큰 문제들을 다루어준다.

 단순히 '플랫폼 기업의 성장 → 그들의 독점 → 플랫폼 기업의 권력화 → 통제가 가능한 시장 → 소비자와 공급자의 손해'라는 문제뿐만 아니라 플랫폼 그 자체가 이 사회를, 시장을, 미래를, 노동을, 문화를 어떻게 바꾸고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쉽게 설명해 주고 나름의 대처 방안까지 제시해 준다.

 또한 플랫폼에 국한되지 않고 블록체인, 플랫폼과 금융기관, AI의 발달, 신자유주의 불평등과 같은, 어찌 보면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크게 좌지우지할 굵직한 주제들을 읽기 쉽게 풀어써주었다.

 SNS에서 언젠가 이러한 글귀를 본 적이 있는데 참 인상 깊었다.

 우리의 인생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점차 뚜렷하게 만들어가는 작업"이라고 생각하면 배우는 것이 즐거워진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세상을 보는 시야를 조금 더 넓혀주고 뚜렷하게 만들어주는 책이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