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년 08월 6일 토요일에 세미나를 진행했었는데.. 한 달이 넘어서야 후기를 올린다. 조금 변명하자면 세미나 준비 기간과 클래스101 제작 기간이 겹치는 바람에 정말 코피쏟으며 일하였다. 하루 6-8개의 레슨을 소화하고 남는 시간에 세미나 자료 준비, PPT 준비, PPT 연습을 하는 한편 그 반대편에서는 클래스101 스크립트 제작, 영상 촬영, PD/촬영팀 미팅 등 정말이지 예민해질대로 예민해졌던 한 달이었다.
왜 항상 그러한 기회(이자 체력적 위기)는 한 번에 몰려오는지 궁금하다. 어쨌든 추석 전에 겨우 겨우 모든 프로젝트들을 마무리 짓고 이제야 정신이 들어 후기를 작성해본다.
부산 출장의 서막 : https://blog.naver.com/stinvvv/222810234853
「근육 연구소」, 유소년 발레 선수들을 위한 강연에 초청되다.
어느 날 「근육 연구소」 SNS에 메시지가 날아왔다. 부산에 계신 발레 지도자 선생님께서 본인의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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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계신 선생님께서 연락을 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부산에 방문하게 되었다. 나는 발레는 모르지만 인간의 몸은 알고 있었기에 그들이 기술을 시연할 때 신체 역학적, 기능 해부학적으로 올바르게 몸을 사용하는지 구분할 수 있었다. 또한 여느 엘리트 스포츠가 그러하듯 유소년 발레 선수들 또한 공통적인 보상 작용 or 자세 불균형을 가지고 있었다.


토요일이 세미나여서 금요일 저녁 수업까지 끝내고 서둘러 수서로 이동, SRT를 타고 부산으로 향했다. 자료 준비 및 PPT 완성은 일찌감치 다 해두었고 계속해서 반복 연습하고 있었다. SRT 안에서도, 싸구려 모텔방 안에서도 계속 연습했다. 그리고 참여자 개개인을 위한 자료까지 미리 다 분류해두었다.
지금은 비록 싸구려 모텔 바닥에서 자료를 펼쳐놓고 세미나를 준비하고 있지만 언젠가 국내 최고, 나아가 세계 최고의 지도가가 되어 비행기를 타고 멋진 호텔 안에서 자료 준비를 하는 상상을 해본다.

나는 돈을 받았으면 최소한 그 금액의 두 배 정도의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 내 기준의 두 배 정도는 해야 소비자가 기대하는 1배에 겨우 부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벽까지 연습을 하고 잠들었다가 아침 일찍 일어나 부산역 바로 앞에 스타벅스로 향했다. 한 4시간 잔 것 같다.. T^T
에어컨이 너무 추워서 졸지 않고 연습할 수 있었다. 그림만 봐도 무슨 말을 할지, 어떤 점을 놓치면 안되는지 바로바로 떠올릴 수 있도록 반복해서 연습했다. 수강생들이 유소년이기 때문에 어휘와 단어 선택도 주의하였다.


부푼 기대와 긴장을 한아름 안고 드디어 도착하였다. 생각보다 규모가 상당히 컸다. (안쪽에는 광활한 연습 시설이 있고 반대편에 또 연습실이 있다.)
유소년 선수들은 이미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SNS로만 이야기 나눴던 원장님과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나서 아이들에게 향했다.
※ 세미나 주요 내용 요약


내가 약 3권의 도서와 7개의 논문을 분석한 결과 발레는 결국 부상과의 싸움이었다. 격투 종목을 제외하면 이렇게 부상이 흔한 스포츠가 또 있을까 싶을정도로 부상이 많았다.
논문 내 설문 응답자의 98%이상이 부상을 경험했으며 그 중 90%가 현재에도 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상의 종류는 발목이 압도적으로 1위였고 그 뒤를 무릎/허리 등이 이었다.
(발레 선수들의 나이나 성별에 따라 부상 취약 부위의 차이가 있는데, 자세한 것은 아래 후술.)


그럼 왜 그렇게 많이 다치는 것일까..? 원인을 분석해보니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었다.
- Turn-out (발 끝을 180˚ 회전시키는 것)
- Pointe (발가락과 발목을 끝까지 쭉! 펴주는 것)
먼저 발목의 경우 서론에 언급하였듯 성별/나이를 떠나 모든 선수들에게서 나타나는, 압도적인 1위의 부상 부위였다. 발레는 일반적인 엘리트 스포츠와 달리 신체적 퍼포먼스 뿐만 아니라 거기에 예술적 요소가 포함된다. 높이뛰기 선수는 그저 높이만 뛰면 되지만 발레 선수들은 높이 뜀과 동시에 아름답게(?) 뛰어야 한다.
선을 강조하기 위해 발 끝을 pointe하는데, 발목은 구조상 pointe 하듯 저측굴곡을 하게 되면 발목 주변을 감싸고 있는 인대/힘줄/근육 조직들이 이완되어 매우 불안한 상태가 된다. 반면 plie와 같이 배측굴곡을 하면 발목 좌/우에 위치한 조직들이 단단히 잡아주어 발목의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pointe를 하고 점프를 했다가 착지하는 과정에서 발목 주변 조직의 지지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불안정에 놓이게 되고, 확률적으로 발목 염좌를 겪게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단 한번 발목이 다치면 대부분 만성으로 이어지는데, 이는 해부학적 사실을 떠나
- 유소년 선수의 경우 → 부상으로 연습을 미루면 남들보다 뒤처질까하는 두려움
- 프로 선수의 경우 → 부상으로 연기를 쉬면 공연 일정 전체에 차질을 줘 주변 선수들과 스탭들에게 민폐를 끼치기 때문에
같은 이유들로 충분한 휴식 없이, 재활 없이 연습과 공연을 강행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남자 선수들(발레리노)의 경우 그 숫자가 많지 않아 만약 공연 일정 중 부상을 당하면 모든 일정이 올 스톱된다. 때문에 주변에 피해를 끼치기 실어 진통제를 먹어가며 억지로 연기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여하튼, 발목은 애초에 무게 중심이 잘 잡힌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어깨 만큼은 아니어도 어느 정도 불안정성을 안고 살아가는 관절이다. 그런데 거기에 pointe, 그리고 점프/착지를 반복하니 부상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


발목의 주 손상 원인이 pointe라면 무릎의 주 손상 원인은 Turn-out이다. 발레 선수들의 연기를 보면 입이 떡 벌어지는 유연성과 관절가동성을 보여주는데 발을 높게 들어올리려면 완전한 Turn-out, 즉 고관절의 완벽한 외회전이 일어나야 한다.
발레 선수들이 turn-out 때문에 고생하는 경우는 다음과 같은데
- 남자 선수들의 경우 태생적으로 인대/근육/힘줄이 뻣뻣하기 때문에 turn-out이 잘 안일어난다. → 이것을 발목이나 무릎으로 보상하는 습관이 생겨 올바른 신체 정렬이 무너진다.
- 유소년 선수들이 기술 코칭을 받을 때 고관절에 의한 turn-out을 교육받기 보다는 단순히 발 끝이 서로 180˚를 만들도록 종용받는다. 고관절에 의한 회전이 아니기에 정강이의 torsion이나 발바닥의 엎침(pronation)이 보상작용으로 나타난다.
고관절에는 Y 모양으로 생긴 Y인대가 존재하는데 이 녀석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크고 질긴 인대이다. 만약 남자 유소년 선수가 10세 이후 발레나 무용을 시작했다면 이미 Y인대가 상당부분 굳어 고관절 가동성을 확보하는데 매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 결과 부족한 고관절의 회전을 무릎 혹은 허리에서 보상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부상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남자 선수들의 경우 발목 다음으로 허리, 무릎을 많이 다친다.)


PPT를 이용한 이론 수업 종료 후에는 선수들 개개인의 자세를 평가하였다. 물리적 한계로 인해 정밀한 근력/움직임 테스트까지는 할 수 없었지만 자세 평가는 전부 실시할 수 있었다.
발레의 기본 셋업 자세는 "pull up"이라고 하여 우리가 아는 그 풀업, 턱걸이 하듯 공기를 당기고 몸을 쫑긋 세워주는 자세이다. 이렇게 하면 우리가 scapula pull up을 하듯 날개뼈는 후인/하강되고 흉추는 신전된다.
발레 선수들은 pull up 자세, 즉 이미 턱걸이를 올라간 상태에서 연기를 펼친다. 그래서 자세 평가를 한 모~~~든 유소년 선수가 일자목과 함께 견갑골의 과도한 하강+하방회전, 익상을 가지고 있었다.
흉추가 신전되고 견갑골이 후인되면 갈비우리와 골반의 사이, 즉 코어는 무조건 열리게 되어 있다. 코어가 열리면 가동성을 만들어내기는 쉬워지는 반면 척추를 비롯한 모든 신체 분절, 관절들은 불안정해진다.
또한 견갑골이 이미 하방회전+익상된 상태에서 팔을 들어올리게 되면 100% 상방회전을 하더라도 정상 범주의 60~80%밖에 상방회전이 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견봉 아래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워 충돌 증후군에 쉽게 노출된다. 또한 떨어진 쇄골은 경추에서 팔로 뻗어나가는 신경과 동/정맥을 압박하여 팔저림이나 근력 소실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이론 수업이 종료되고 실기로 넘어갔다. 발레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약점들을 파악하기 위해
- 자세 평가
- 설문지 작성
을 실시하였다. 각자 비슷하면서도 다른 부상 및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고 해당 통증이나 제한을 유발하는 근육들에 대한 처치 방법과 약화된 소근육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였다.
걔중에는 자세평가만으로도 밸런스가 뛰어난 선수가 있는 반면 발레 기술 연습보다는 보강 운동 및 재활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할 만큼 몸 상태가 좋지 못한 선수들도 있었다. 해당 선수들에게는 기술 연습이 1이라면 보강 훈련을 3해야한다고 계속해서 강조하였다. 몸 상태가 많이 좋지 않다는 걸 내 눈으로 당장 확인하였음에도 지금 내가 단번에 고쳐줄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마음이 더 아파서 더 잔소리했을지도 모르겠다.
여튼 우선 선수들의 문제점을 바로 잡기 위해 가장 강조한 것은 골반의 중립이었다. 아까도 말했듯 pull up 자세로 인한 익상과 함께 부족한 가동성을 보완하기 위한 골반의 전방경사를 모두가 가지고 있었다. 골반의 중립이 무너져 다리를 높이 들어올릴 때 장요근이 팅기거나 TFL이 찝히는 선수들도 종종 보였다.

서혜부와 좌골 컨트롤을 이용해 전상장골극과 치골 결합이 일직선 상에 유지될 수 있도록 큐잉을 주었다. 그렇게 하자 대부분의 선수들의 익상이 바로 사라졌다. 사슬 반응에 의해 골반 중립은 흉추의 적젏한 후만을 만들어내고, 흉추의 후만은 견갑골의 전인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그 다음 장요근과 중둔근을 개별적으로 강화하는 방법을 지도하였다. 장요근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대퇴직근과 근막장근이 과사용되고, 이는 고관절을 자꾸 내회전시켜 무릎과 발목의 불안정성을 증가시킨다.
중둔근은 한 발 서기에서 신체 밸런스 조절에 가장 주요한 역할을 하는데, 발레는 한 발로 서 있는 시간이 매우 매우 많기 때문에 중둔근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그렇게 목이 터져라 1시간 동안 연습실에서 선수들과 함께 뒹굴었더니 나도 땀이 한 바가지였다. 준비한 것들을 다 주고 가야한다는 생각에 긴장해서 음료에는 손도 대지 못하였다.
세미나가 종료되고 드디어 끝났구나 하는 안도감과 함께 아쉬움이 밀려왔다. 그래도 후회는 남지 않았다. 내 스스로가 알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역량에 못미치는 준비를 했다면 부끄러움이 먼저 밀려온다. 그러나 내가 가진 역량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면 후련함과 아쉬움이 밀려온다.
마지막 가는 길을 아이들이 맞이해주었다. 강연 내내 너무 무뚝뚝해서 (사전에 원장님께서 부산 사람들이 매우 매우 무뚝뚝하다고 강조하셨지만) "내 강연이 별로인가..?" 계속 의심하였다.
하지만 갈 때는 일렬로 서서 90˚ 배꼽인사하는 모습을 보며 이게 부산 스타일이구나 하고 감탄할 수 있었다.
이렇게 또 하나의 프로젝트를 마무리하였다.
학사를 마치고 어리숙한 모습으로 레슨을 하던 내가 이제는 나름 전문가가 되었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내 목표는 아직도 멀었다. 국내 최고, 나아가 세계에서 손 꼽히는 명장이 되고 싶다.
그 꿈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공부하고 훈련한다.
끝!
근육 연구소 유튜브 : https://www.youtube.com/user/1GGD1/featured
근육 연구소 블로그 : https://blog.naver.com/stinvvv
근육 연구소 개인레슨/세미나 문의 : https://open.kakao.com/o/spmRk4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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